정연주

77 Added | 1 Magazine | 3 Likes | 1 Following | 142 Followers | @misty_life | 번역가, 에디터, 요리하는 글쓰는 이. dksro47@naver.com

하와이의 크리스마스

문제: 하와이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어떤 장식을 달까요?정답: 우쿨렐레(정말이다).한 번쯤은 산타가 깨끼저고리를 입고 서핑을 하면서 선물을 가져다줄 것 같은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다. 그때는 아직 몰랐다. 순간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계절이 완전히 바뀌는 …

비행기에서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이동 중, 비행기 안에서는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첫째로 휴가 중이기 때문에 정신을 또렷하게 차리고 싶지 않으며, 둘째로 커피잔에 콸콸 부어주는데 다 마시지 않으면 쏟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동안 휩싸이게 되고, 마지막으로 괜찮은 디저트도 없는데 맛없는 커피를 …

커피와 커피 케이크와 케이크

커피 케이크라는 단어만큼 처음 듣자마자 그거 참 당연히 태초부터 존재하고 있을 법한 음식이구나 싶은 것도 없다. 커피는 당연히 케이크와 어울리니까. 커피에 케이크를 곁들이나요, 아니면 케이크를 커피에 곁들이나요? 참으로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싶은 질문이다. …

랍스터를 생각하며 쉬림프롤을

어디서 랍스터가 퐁퐁 솟아 나오는 바닷속 광산이라도 발견된 것일까? 어느 순간 대형 마트에 갈 때마다 집게를 다소곳하게 모으고 빨갛게 익은 채로 얌전히 포장된 랍스터가 보인다. 모조리 꼬리가 댕그랑하니 말려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랍스터를 길쭉하게 곧은 모양새로 …

복숭아 썰어 먹은 날

복숭아는 어떻게든 여름을 날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선심 같은 것. 민둥민둥한 천도복숭아보다는 보송보송 털복숭아, 아삭아삭 딱 딱한 복숭아보다 떨어뜨리기라도 했다가는 큰일 나는 말랑말랑한 물복숭아가 좋다. 달콤하고 촉촉하니 천년만년 쌓인 피로도 순식간에 풀리는 기분. …

성격 테스트용, 아보카도 꽃

아보카도에 관해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캘리포니아의 강아지 설이다. 어디서 들었더라.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보카도가 익을 즈음이 되면 거리에 떨어진 아보카도를 주워 먹고 강아지들이 통통하게 살이 찐다고. 강아지 몸매가 아보카도화 된다는 걸까. 생각만 해도 귀엽다. 밥을 …

여름을 좋아하는 법, 소다 젤리

본인이 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아니면 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방법이 하나 있다. 더우면 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아니면 추울 때 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둘 다 그렇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전자다. 추우면 아 …

남는 게 어딨어, 열무 스테이크 퀘사디야

퀘사디야를 처음 먹은 곳은 이름도 그리운 베니건스였다. 뭔지도 모르고 인기 메뉴라기에 주문했다가 몬테 크리스토와 함께 고정으로 주문했던 기억이 선연하다. 두툼하게 썰어서 수북한 감자튀김과 함께 나오는 몬테 크리스토와 달리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겉으로 보이는 건 …

달콤짭짤 애기국수, 간장국수 월남쌈

지금이야 없어서 못 먹지만, 어릴 적에는 콩국수가 비려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소면은 좋아했기 때문에 콩국수가 나올 때면 왜 따뜻한 멸치국수를 먹지 않고 허여멀건 한 데다 차가운 콩국물을 마시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온 가족을 위해 콩국수를 …

여럿이 뜯어먹기, 체크무늬 마늘빵

체크무늬 마늘빵이 얼마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인가 하면, 제일 어려운 부분이 이름 짓기다. 커다란 빵에 체크무늬로 칼집을 깊게 넣고 치즈에 향신료, 허브를 잔뜩 뿌려서 굽는 이 빵은 주로 풀어파트 브레드 pull apart bread나 크랙 브레드라고 부른다. …

여유로운 척, 홍차 마시기 베스트3

​<br>눈코 뜰 새 없을 때는 지금 내가 얼마나 넋이라도 있고 없는 상태인지 깨달을 시간도 없다. 한숨 돌리고 나서야 오늘은 차 한 잔 마실 틈도 없었구나, 중얼거리게 된다.<br>그렇다, 차 한 잔. 홍차와 그를 둘러싼 집기며 간식은 여유의 상징이다. 영국인은 무슨 일이 있어도 …

촉촉한 소금벽, 소금 크러스트 감자

​<br>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소금 크러스트를 직접 만들기 전에는 수많은 궁금증이 존재했다. 소금 크러스트, 그러니까 소금 반죽이라는 게 대체 뭐지? 반죽까지 먹을 수 있나? 애초에 왜 굳이 소금으로 반죽을 만들어서 굽는 걸까? 왜 나는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

정말 팬 여섯 개가 필요할까, 뵈프 부르기뇽

​<br>보통 평범한 가정에는 팬이 몇 개나 있을까? 혹여나 살다보니 쌓인 팬이 십여 개씩 있다 하더라도 음식을 하면서 그걸 한 번에 다 꺼내서 쓰고 닦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미국에 프랑스 요리를 널리 알린 줄리아 차일드 레시피의 악명 높은 지점도 바로 여기다. 요리 …

봄나물엔 크림, 냉이 감자 그라탕

​<br>얼마 전, 인터넷 장보기에서 여닫는 마개가 달린 1리터들이 수입 생크림을 발견했다. 드디어 꿈꿔왔던 언제나 크림이 샘솟는 냉장고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올레! 그동안은 멸균우유처럼 생긴 자그마한 휘핑크림이나 빨간 오백미리 생크림을 열심히 사서 쟁였다. …

우유가 남아도는 날, 포크 인 밀크

우유도 물처럼 정수기에서 받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 천지 제일 수요 예측하기 힘든 재료가 우유다. 넉넉하게 사두면 맘놓고 찔끔찔끔 쓰다가 툭하면 유통기한을 넘기고, 아까워서 조금씩 사면 금방 바닥나서 프렌치토스트를 만들 때 손이 떨린다. 이럴 거면 두 …

부록, 곶감 크림치즈말이

곶감, 특히 반건시의 매력은 햇빛을 받으면 반투명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쫀득쫀득한 속살인데 그림으로 그리니 어딘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원망은 내 손에 맡기고 아쉬운 마음으로 사진을 곁들인다. 레시피랄것도 없는 초간단 간식이자 안주, 곶감 …

수정과를 구우면? 곶감 캐러멜 파운드케이크다

눈 앞에 산처럼 쌓아놔도 멀뚱멀뚱, 말라 비틀어지도록 도무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 재료가 있었으니 바로 곶감이다. 아니, 이건 음식이 아니라 장식이지. 줄줄이 꿰여서 처마 근처에 걸려 있으면 정감 넘치고 홀수로 차곡차곡 쌓아두면 제삿상인 허연 장식품 아닌가? …

무엇보다 버섯다운 수프를 끓이리

동화 속 나그네는 단추 하나로 맛있는 수프 한 단지를 끓였다던가. 온 동네 부엌의 자투리 재료를 끌어 모아서 폭폭 끓여 여럿이 나누어 먹었으니 맛있는 수프의 기본 요소를 전부 갖춘 셈이다. 수프란 건 그렇다. 기본만 알면 얼마든지 그때그때 냉장고 속 사정에 맞춰 …

바다에 연기를 입히면, 훈제굴과 맥주 비네그레트

꼬르동 블루 기초반에서 간신히 칼질이나마 하고 있을 때 제일 기다리던 수업은 중급반 후반부의 아틀리에였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 훈제연어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꼬르동 블루에서는 기초부터 상급까지 모든 수업에서 사용하는 육수 및 기타 재료를 직접 만드는데, 거의 …

갈등의 고리, 떡볶이와 물떡

작년 이맘때 생일날, 해야할 일도 거쳐야 할 일도 많아 다사다난한 이십대를 떠내보내며 '지긋지긋한 20대가 드디어 끝났다!'고 외칠만큼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이를 먹으며 두려움 하나가 묵직하게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으니, 바로 탄수화물 과다섭취다. 고독한 …

촉촉한 글루텐 프리, 밤 초콜릿 케이크

영화 <마틸다>에 등장하는 한 통통한 남자아이는 강당에 모인 전교생이 응원하는 가운데 쟁반 가득히 담긴 초콜릿 케이크를 몽땅 먹어치우고 얼굴이며 손, 팔까지 초콜릿 범벅을 한 채로 포효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 중에서도 그다지 입맛을 당기게 하는 장면은 아니지만, …

조건부 사랑, 마롱 글라세 풍 바닐라 밤절임(정연주)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그 대상이 어떤 형태를 띠어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가벼운 강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서도 시시때때로 곱씹는 주제다. 하지만 결론이야 어떻든, 가을의 결실이자 겨울의 주전부리인 밤만큼은 달콤해야 애정이 샘솟는다. …

실패한 쿠키의 마지막 희망, 럼 레이즌

그러니까 원래 의도한 칼럼 방향은 이게 아니었다. 깍지 모양이 선명하고 봉긋한 버터링 쿠키를 굽고 럼 레이즌 크림치즈 필링을 만들어서 샌드한 다음 먹을 예정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하면, 전날 미리 굽기 시작한 버터링 쿠키 반죽이 아주 멋지게 …

旅路食 크랜베리 머핀 - 여행기

<b>여행길에서 만난 음식, 旅路食</b><p><b>크랜베리 머핀</b><p>포도알만큼 큼직하고 둥근데다 생대추처럼 탱탱하며어떤 과일보다도 붉고 화려한 생크랜베리는 쪼글쪼글 달콤한 건 크랜베리와는 맛도 매력도 전혀 다르다. 유통기한도 길고 냉동에도 잘 버텨서 태평양 건너 우리나라에서도 수확기의 싱싱함을 …

수제 소시지&초리소 만들기

어느 곳에서는 1군 발암물질, 어떤 집에서는 김치에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밥도둑. 전 인생에 걸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시기마다 아토피가 재발했던 나에게는 애증의 대상이었던 햄과 소시지는 어언 1년 전, WTO 산하기관이 대놓고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더더욱 …

旅路食 레드라이스와 토마토밥 - 도전기

신나는 날이면 바비큐 그릴에서 호쾌하게 고기를 굽는다.축하할 일이 생기면 화려한 붉은 밥을 짓는다. 즐거운 날이니까 고기며 붉은 밥을 먹는 걸까, 화려한 음식을 먹어서 즐거워지는 걸까. 앞뒤 순서야 어쨌건 지지고 볶으며 함께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본능은 세계 …

旅路食 레드라이스와 토마토밥 - 여행기

신나는 날이면 바비큐 그릴에서 호쾌하게 고기를 굽는다.축하할 일이 생기면 화려한 붉은 밥을 짓는다. 즐거운 날이니까 고기며 붉은 밥을 먹는 걸까, 화려한 음식을 먹어서 즐거워지는 걸까. 앞뒤 순서야 어쨌건 지지고 볶으며 함께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본능은 세계 …

스타우브로 밥 짓기

이 이야기는 평생 전기밥솥으로만 밥을 해본 사람의 쌀 정복기다. 한국인의 주식인 밥은 너무나 대단한 존재라서 구비구비 전해 내려오는 실패담도 많고, 한 마디씩 더하고 보는 사람들의 오지랖도 많다. 자칫하면 아래는 타고 위는 설익은 삼층밥이 되고 만다는 불조절, 냄비로 …

DIY 팬케이크 믹스 만들기

그렇다, 나는 팬케이크 믹스를 직접 만들어 쓰기로 결심했다. 이유를 굳이 거창하게 설명하자면 나와 팬케이크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하나라도 없애고 싶었고,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매번 시판 믹스를 사오고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가 귀찮았다. 사람마다 귀찮아하는 대상이야 …